• Post last modified:June 10, 2020

쩌퍼가 사는 마을은 지금도 가고 싶지 않은 곳입니다. 그곳을 가는 것은 세상 끝, 아니 하늘 끝을 찾아가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그 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세상과 담을 쌓고 살면서 자기들만의 공간에서 살다가 그곳에서 죽는 그런 공동체입니다.

처음 마을을 찾아 가겠다고 나선 것은 꼭 11년전 일입니다. 산악 마을 종족들을 한창 개척할 때였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높은 산맥 한가운데 사는 분들이라 현지인에게도 그곳은 미지의 세계였습니다. 현지인 사역자의 안내를 받아 처음 길을 나섰을 때 길을 찾기는 커녕 산 속에서 헤메다가 죽을 뻔하고 돌아 왔습니다.

어렵게 군사 지도를 구하고 인터넷 위성 지도까지 연구하며 시도를 했지만 그후로도 몇번이나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 마을을 드나드는 사람이 없으니 길이 있을리 만무했습니다. 그렇게 몇번을 허탕치다가 마을을 안다는 산중턱의 현지인을 만나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산꼭대기에 마을이 있다는 이야기일 뿐 어떻게 가는지는 각자 알아서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대략적인 방향만 잡고 나선 산행길. 그 길은 태어나 처음겪는 가장 고통스런 시간이었습니다. 산이 얼마나 가파른지 손발을 다 써서 엉금엉금 기어 올라 가야만 했습니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체력은 고갈되어 입에서는 단내가 나고 땅에 달라붙은 두 발은 떼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래도 길을 재촉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이처럼 우거진 산에는 어두워지는 때부터 야생 동물들이 출몰하고 뱀들이 떼를지어 다녀서 목숨을 담보할 수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초인적인 힘을 다 발휘하여 산을 기어올라 가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해서 정상에 도달하면 이제는 내려 가야만 합니다. 내려가는 길은 더 힘이 듭니다. 지칠대로 지친 다리는 힘이 풀려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휘청휘청하고 중심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몇번이나 발목을 삐었고, 발을 헛디뎌 비탈로 굴러 떨어지다가 나무에 걸려 살아난 적도 있습니다. 내리막길은 계곡까지 가야 끝이 납니다. 그러면 다시 산 정상을 향해 올라 가야 합니다. 정상에 갔다가 계곡까지 내려오고, 다시 정상으로 올라갔다가 계곡으로… 이것이 가는 길입니다. 마을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이런 오르내리는 길을 수도없이 해야 합니다.

그렇게 도착한 마을에는 타임머신이 금방 멈춘 것처럼 수백년 이전의 모습을 한 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세상의 기술 문명은 상상도 못합니다. 그분들에게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외계인같은 존재입니다. 말도 통하지가 않습니다. 몸동작과 그림을 그려야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역사적으로 그렇게 살아오던 이들이지만 복음은 전해야겠다고 믿었기에 그 길을 간 것입니다. 쉽게 문이 열리고 믿는 이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폐쇄적이고 외부세계에 대한 반감이 심했습니다.

이 마을을, 죽을것 같은 그 산길을 10년동안 다녔습니다. 열매가 생길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아 마음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만나는 성도들중에서는 ‘산속에 아파트 짓느냐?’고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선교사들은 그 기간동안 이런 일도 했고, 저런 건물도 짓고 여러 결실을 맺었는데 제대로 하기는 하는거냐는 의미였습니다. ‘결실이 없을 때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열린 곳에서 많은 열매를 맘껏 거두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이 아닐까?’ 개척 선교를 하면서 언제나 했던 질문들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혼들을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곳에도 복음이 전해져야 하고 그분들도 구원을 받아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한번 다녀오면 한 달을 앓아 누워야 할 힘든 일이었지만 내가 아니라면 내 아들 세대에서 믿는 이들을 볼 것이라는 믿음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누가 뭐라든 그것이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한달전 이 종족 마을에서 두 명이 세례를 받았습니다. 오래전에 병든 어린 아이 쩌퍼를 도시로 데려와 고쳐 주려고 시도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 남매가 예수를 믿은 것입니다. 그때 아이들은 우리가 정말로 돕는 사람들이라는 신뢰를 가졌고 마음을 열었습니다. 아이들은 언어를 배우며 성경도 배웠습니다. 그리고 굳건한 믿음위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 산속 마을에 처음 생긴 두 씨앗입니다. 꼬박 11년 걸렸습니다. 그 기간동안 겨우…? 라고 해도 괜찮습니다. 복음을 들어야 할 영혼들, 누군가 가야할 그곳에 보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