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st last modified:June 10, 2020

나파두 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산을 몇개 넘어야 합니다. 이 지역에서 가장 고립된 곳에 위치해 있어서 길을 아는 사람외에는 그 길을 찾아 갈 수가 없습니다. 비가 오거나, 숲이 우거지면 그마저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고립된 곳에 작년에 교회를 세웠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복음을 듣고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복음은 국경을 넘어 인근 국가로 뻗어 나갔습니다. 그래서 주일이면 국경을 넘어 온 성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립니다.

말라리아 예방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먼저 마음이 갔던 곳이 이곳입니다. 가난하고 고립된 이 마을 주민들이 가장 절실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 사역을 시작한다고 했을때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물질도 보내 주었습니다. 하나같이 귀한 마음을 보내준 것이라 허투루 물질을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마을이라면 사랑을 보내준 모든 이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마을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주일 아침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우기철이 시작되고 날씨가 더워지면서 숲은 많이 우거져 있었습니다. 웬만한 사명감이 아니면 이런 길을 다시는 가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가야할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마을에 도착하니 예배가 막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앞자리로 들어가고 사람들이 조그만 예배당을 다 채워갈 즈음이었습니다. 한 아이가 걸어 들어와 강대상 바로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이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고립된 지역에서 볼 수도 없고 구하기도 어려운 깨끗한 드레스였습니다. 아이는 교회당 맨앞에 있는 긴 의자에 앉아있지를 못했습니다. 기운이 없어 계속 쓰러지더니 예배시간 내내 아예 누워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어딘가 아프다는걸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예배당 밖으로 나오는 아이의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어디가 아프냐고… 아이는 말라리아에 걸렸다고 했습니다. 몸을 만져보니 온몸은 벌써 펄펄 끓고 있었습니다. 바이러스가 온몸에 다 퍼져서 위험한 상태라는 표시입니다. 빨리 조치를 하지 않으면 아이의 생명은 위험해질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그렇게 고통과 고열로 몸부림치는 아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빗물에 적신 걸레로 체온을 낮추는 것이 엄마가 할 수 있는 치료의 전부였습니다. 근본적으로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치료약을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겐 커피값도 안되는 말라리아 약을 살 돈이 없어서 아이는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주일마다 교회에 와서 기도를 했습니다. 혹시라도 주님이 살아 계신다면 아이에게 기적을 보여 달라고요. 이날도 아이를 강대상 앞에 두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혹시 주님이 예배중에 오신다면 가장 먼저 만나 달라고… 그러나 그동안 아이에게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날마다 죽음의 문앞으로 더 가까이 다다가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오늘이든 내일이든 세상을 떠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날 주일 예배도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세상을 떠난다면 주님을 만날때 가장 깨끗하고 예쁜 옷을 입고 만나라고 하얀 드레스를 입혔습니다. 엄마는 그 드레스를 입혀서 아이를 땅에 묻을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주일, 정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아이는 우리를 만났고, 우리는 말라리아 치료약울 들고 갔습니다. 그 치료약으로 마지막을 향해 걷던 아이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지구 저편의 이름도 모르는 이들이 보내온 그 사랑때문에 아이가 살았습니다. 아이는 간이 너무 많이 상해서 다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드레스를 입고 땅에 묻히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해변에서 죽어가는 수백만의 고기떼를 다 구할 수는 없지만 내가 바다로 던져주는 고기만은 살릴 수 있다는 얘기를 누군가 했습니다. 말라리아로 매년 죽어가는 100만명에 가까운 모든 사람들을 다 구할수는 없지만, 길이 험해도 끝까지 달려가서 생명을 건져야 한다는 다짐이 새로와졌습니다. 이 길이 맞다고 아이는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